아비정전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1990) 드라마 / 94min / 홍콩
개봉 1990. 12. 22 / 재개봉 2008.04.01, 2009.04.01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아비), 유덕화(경찰관), 장만옥(수리진), 유가령(루루), 양조위, 장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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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은 만우절이다.
고등학교 때였다. 아마 밤이었을 거다.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이었다.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저녁 뉴스에서 홍콩 배우 '장국영'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거짓말'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이성적으로 뉴스에서 만우절이라고 이런 장난을 칠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건 거짓말이야' 생각했다.
나는 장국영을 열렬하게 사랑하는 팬은 아니었다. 지금도 그의 팬이라 말하기는 낯간지럽다. 화질 나쁜 비디오 몇 편으로 그를 접했던 시간 속에서 그는 곱게 생긴 얼굴에 여리여리한 몸짓이나, 자유로운 영혼, 혹은 처연한 눈빛으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그 날은 분명 세상에 다시 없을 정도로 지독한 만우절이었다.
올해 4월 1일은 그의 6주기였다.
그리고 4월 첫 날, 나는 묵혀두었던 패왕별희 DVD를 보았다.
음악을 들으며 아비정전을 다시 보았다.
<아비정전>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아비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보는 내내 더 아릿했다. 젊고 아름다웠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나의 바라봄 하나를 더하면서.
처음부터 그는 등을 보이며 등장한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의 등에선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다만 그가 지나가고 난 자리엔 떨림이 남을 뿐이다. 그리고 끌림.
시간이 흘러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고, 사람은 앞으로 올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다. 시간을 흘러가고, 기억만이 남을 뿐이다. 현재의 매초가 흘러갈 때 그들의 공유한 1분 역시 과거가 된다.
왕가위의 영화에선 알아채기 힘든 미묘한 떨림 같은 것들이 있다. 시간이나 공기 같은 것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같은 것. 컵에 가득 채워진 감정의 수면 같은 것. 넘칠 듯한 순간을 분명 보았다고 느꼈는데 파동은 멈추고 여전히 컵의 물은 그대로다. 감정에도 표면장력 같은 것이 있음일까.
빛 바랜 듯, 운무에 싸인 듯 뿌연 풍경이 그의 담배 연기에 가리워진 듯도 싶었다.
기억에만 담기에는 안타까워, 그의 궤적을 좇지만 결코 그에게 다다를 수는 없다. 궤적 역시 시간처럼 흘러가니까.
그럼에도 다시, 또, 좇고 싶다.
- 루루 역시 want의 길을 따라간 것 아닐까.
▷ 아비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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