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보이(2008)2008.10.02 개봉 / 121분 / 한국
- 정지우 감독
- 박해일(이해명), 김혜수(조난실), 김남길(신스케)
- 음악 : 이재진 / 의상 : 조상경 / 미술 : 조상경, 박주영 ...
네, 시험기간입니다.
그런데 왠간한 멀티플렉스에선 모던보이가 오늘이 마지막으로 내리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봤습니다.
내일 시험 이란 녀석이 걸려있음에도 극장에서 보낸 두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정지우 감독의 이름은 (공공연히 비운의 영화로 불리는) <사랑니>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시금 느꼈지만 이 사람의 영화에선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참 ... 뭐라고 해야 하나, 애닲게, 그러면서도 사랑이란 녀석이 갖는 속성처럼 현실에서 발 떼고 둥둥 떠다니기보단 실재하는 현실 속에서 그려진다.
영화 보기 전에 넷서핑을 하다가 문득 들린 블로그에서 이 영화는 김혜수의 영화이니, 모던보이가 아니라 모던걸이라는 제목이 붙어도 손색이 없다느니 하는 코멘트를 보았다.
이어지는 생각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스포일러 가능성 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제목이 <모던보이>일 수 밖에 없다는 데 한 표다.
박해일이 이해명이란 역을 잘 해냈고, 김혜수가 조난실을 그렇게 하지 못 했다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초점이 모던보이, 이해명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해명의 행동은 일정한 인과관계가 카메라의 시선에 그대로 그려진다. 하지만 조난실의 경우엔 그런 인과관계가 해명의 것과 합을 맞추지 못 하고 어긋나 있고, 두어 군데 구성 요소가 빠져있는 듯 하다. 징검다리의 돌들이 일정 간격에 맞춰 놓여져 있어야 하는데 중간 중간 온 힘을 다해 풀쩍 도약해야 하도록 돌이 빠져있다.
개인적으론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설정도 나사 하나 빠진 듯 헐거운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온 직후에는 조난실이 사랑을 하기 시작한 부분이 싹 지워져있단 느낌이 강했지만, 시간이 조금 가니 이제는 해명의 경우에도 사랑이란 것이 어떻게 그렇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야기의 진행을 맞물리게 하기 위해 사랑의 도입부 부분의 두사람의 세밀한 심리 묘사를 과감히 건너뛰면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볼 땐 함몰되어 있어 그대로 지나쳤지만 사실 생면부지였던 두 사람이 목숨을 버리면서/지키고자 하면서까지 사랑할 사이가 된다는 절박한 심정의 그 둘의 관계 자체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절박함은 두 사람의 감정과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시대상황의 갈등으로부터 유발된다. 외부적인 절박함이 내부적인 절박함으로 전이되는 것이 묘한 불협화음처럼 들려왔다.
해명이 '내가 난실의 남자'라 표명하고 싶어하는 것도 난실을 목숨만큼 절실하게 사랑한다기보단 철부지가 자신의 장난감을 자랑하는 듯한, 혹은 자기 것이라 여겼던 소유물이 실은 내가 아닌 다른 이의 것일지도 모른단 사실에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해명이란 인물의 성격이나 말투 때문에 그의 사랑이 감춰진 것일 수도 있으나 도약과 도약이 반복된 감정은 내게는 그렇게 비춰질 뿐이었다. - 그도 그럴 것이 온갖 여인네들을 끼고 등장한 그가 로라의 춤과 노래를 접하고는 그녀와 가까워지고자 하는 시도가 첫눈에 사랑에 빠진 남정네라기 보단 '저걸 갖고 싶어'라고 눈을 반짝이는 어린 소년의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뭐, 해명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그의 사랑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아니면 현재(2000년대)가 아닌 당시(1930년대)의 '모던보이'의 행태라고 할 수도 있겠고.
암튼 이러나 저러나, 결국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해명일 수 밖에 없다. 철부지같던 해명이 운명과도 같은 여인을 만나 상처를 간직한 어른이 되어가는, 아, 그래, 결말 덕분에/때문에 난 이걸 잘 만든 성장소설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가 조선 독립을 바라는 건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이 조선말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 그가 총을 집어드는 메마른 표정과 일렁이는 눈을 가진 남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포커스를 어디다 맞추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평가는 왔다 갔다 한다.
나는 이 영화가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단 해명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목은 <모던보이>일 수 밖에 없다.
+ 신스케란 인물에 대한 생각 : 다 잘 나가다 마지막... 마지막이 삐끗해버렸다. 사실 그 마지막 대사 전까지만 해도 망상을 뭉게뭉게 피워올리고 있었는다. 천황이나 환영이니 운운하지 않고, 해명의 팔 위에 자신의 손을 가만히 얹고 눈을 바라보고 조용히 미소지으며 '어서 오게'. 이 한 마디만 했으면 완벽할 수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면 신스케란 인물이 영화가 진행되면서 착착 쌓아올려가다가 마지막에 하나 잘못 올려서 이뭐병-하며 갸우뚱하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T^T
-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정지우 감독이 인물의 직접적인 대사가 아닌 표정으로 감정의 기류를 그려내는 것만큼은 정말이지 최고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한 몫 했겠지. 박해일은 이번 영화로 필모그래피에 한 점을 제대로 찍었다. 해명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박해일만큼 잘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 그 블로거가 조난실을 위한 영화라고 할 만도 하다. 노래, 춤을 완벽히 소화해내는 김혜수는 무려 매니쉬하고 쉬크한 정장까지 소화해냈다. 아, 그리고 이 영화, 음악이 참 좋았다. 조난실이 부르는 노래도 노래였지만, 해명이 백상허(김준배)를 쫓는 과정에서 나왔던 재즈풍의 음악이 개인적으로 베스트이다. 전체적으로 음악이 좋아서 OST 욕심이 생기는 영화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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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언니도 보셨군요~^__^
생각보다 개봉이 꽤 늦어진 탓에 어쩌면 꼭 봐야겠다는 오기?가 들더라고요.
ㅋㅋ김혜수...요즘 부쩍 관심이 많아져서 전에 인터뷰했던 내용들 꼼꼼히 보는데
참 매력적인 여자같아요.ㅋㅋost도 느낌이 있어서 엠피에서 듣구있다는.ㅋㅋ
몰랐는데 책도 있더라고요...아직 읽을 생각은 안하고 있지만요~ㅋㅋ
언니가 쓰신 글 보니까 또 새롭게 와닿네요~잘 읽다가요~^__^
응응! 크랭크인 들어갈 때부터 촬영 소식에 스틸컷들 보면서 와방 기대하고 있었는데, 내리기 전에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김혜리 기자가 쓴 인터뷰 보니까 정말 인간적인 관심이 가더라.
후훗, 언제 만나서 얘기 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