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도 걸어도 (Still Walking, 2008) 
    가족, 드라마 | 일본 | 114 분 | 개봉 2009.06.18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유, 아베 히로시, 하라다 요시오, 하야시 료가, 카토 하루코, 키키 키린, 나츠카와 유이...



한가족이면서도 밤에 따로 떨어져 분리되어 숨쉬는 상대를 의식하게 되는 그런 침묵이 존재한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아마도 존 어빙의 <가아프가 본 세상>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이런 순간의 감각을 이토록 적절하게 표현하는 문장을 본 적이 없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언어로 설명할 수 없었던 종류의, 하지만 알고는 있는 감각이다.

그런 종류의 침묵이 영화 안에 감돈다. 특히 어떤 종류의 균열을 안고 있는 이 가족의 경우엔 더더욱. 균열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은 사람의 빈 자리에서부터 일어난다. 그리고 그 균열이 마치 블랙홀이라도 되는 듯 사람들의 감정이 몸에서 새어나가 공기 중으로 빨려나간다. 하지만 모든 감정이 균열의 틈새로 다 빨려들어가진 못 한다. 완벽한 블랙홀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어딘가 비틀어진 잔재는 꾸물거리는 덩어리마냥 나와 남과 공간에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가족만큼 제 일의 애증의 대상이 되기 쉬운 존재도 없을 것이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멀고, 한 배에 타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이 배 자체를 뒤집어 엎어서라도 보고 싶지 않다는 충동에 시달리다가도 외풍이 불어닥치고 높은 파도가 치면 또 어떻게든 배가 떠 갈 수 있도록 함께 움직이는 존재. - 아, 이것도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말인데 어느 것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마지막 씬이 덧붙여진 느낌이라 나는 엔딩이 참 ... 찜찜했다. 이미 한 번 휘어진 것을 어떻게든 다시 펴려고 하는 노력같이 느껴졌다. 계단을 걸어올라가는 두 사람의 발을 잡은 영상이 참 좋았는데, 그 뒤에 이어진 나레이션과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 부가적인, 이미 컵 밖으로 넘쳐버린 물 같았다. 혹은 남겨진 사람들의 미화된 기억 같아서 그들이, 그리고 그가 꽤나 파렴치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 하기사 실상 남은 사람들의 기억은 어딘가 실재와 달리 왜곡되고 미화되고 풍화되고 만다. 계속해서 외피를 덧입어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그런데 그런 잘못된 기억은 그 뿐만 아니라 그 부모들에게도 있었다. '아무렴 뭐 어떻냐'라는 말로 슥 지나갈 법한 정도의 사소한 기억. 정말 사람은 원하는 대로 기억하는 것일까. (그것을 '기억'이라 부를 수 있는가.)

걸어도 걸어도 닿지 못 하고, 하지만 그래도 걸어가야 하는 곳이 있다. 불합리하다고 느끼지만 또 그런 게 삶이라고 스스로에게 초라한 위안의 말을 건네본다.

-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지막 씬이 있고 없고에 따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확 바뀐다. 그런데 나는 그 엔딩씬이, 그의 기억이 그 자신에게 하는 변명으로 느껴졌듯이, 영화 자체가 관객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하는 변명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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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5 00:39 2009/07/05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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