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from Day 2009/11/22 00:15
지하철 환승구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서 있는데, 진짜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아, 이 정도였구나. 내가 이 정도였구나. 나도 몰랐는데- 그랬구나.
까딱하다간 줄줄 울어버릴 것 같아서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는 걸어내려왔다.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생각했다.
많이 고맙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고마워-
애틋함 속에 보내는 겨울도 비록 힘들긴 하더라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동생이랑 얘기를 하다보니, 얘가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면이 분명 있구나- 싶었다.
- 내가 봐도 사랑스러운 이 아이의 언니가 나라서 고맙고 또 뿌듯하고, 그래도, 언제가 되었든 내가 이 아이의 의지이고 힘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식탁에 앉아 엄마랑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니 내가 하고 있던 고민들이 다 너무나도 소소하게 느껴졌다.
내가 하는 일로 세상에,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돌려주고 싶다. 내가 받은 것의 십분지일이라도.

제대로 살고 싶다.
엄마랑, 아빠랑, 동생이 나를 어디에서든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 정도로.

누군가의 말처럼, 앞을 보고 걸어가면 또 즐거운, 행복한 일이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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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2 00:15 2009/11/22 00:15

11월 20일/21일

2009/11/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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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from Day 2009/11/19 19:23

M 언니가 호박 덩쿨을 건드리자 나도 모르게 끝을 당겨버렸다. 그러고 나니 작은 호박들이 줄줄 다 끌려나와 버렸다. 그것도 내가 손 쓸 수 없도록, 순식간에.

후회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내가 하고 있는 건 생각도 다짐도 아니라 그저 망상일 뿐이다.
지나간 것이 아쉽다면 고치려고 다시 발 벗고 나서든가, 그럴 수 없다면 접어두고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클 때까지 당분간 잊고 지내든가 해야 하는데, 나는 그 둘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 후자 쪽으로 노력해보고 있긴 한데, 잘 안 된다.

이미 일 벌린 것만 세 개.
당장 눈 앞에 있는 발표 준비.
회식에 주말의 약속들. 11월 말의 모임들. - 나는 또 나가서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떠들고 웃으며 사람들을 만나겠지.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방어 기제가 순식간에 다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다시 잘 추스려 쌓아올리긴 했다. - 이런 걸 보면 좀 컸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여전히 무서운데 또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이건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인 듯도 싶다.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버린 게 서글프게 우습다. 그런데 이것 역시 어쩔 수 없었다. 머리로 생각해서 이유를 붙이고 합리화시키는 건 감정에 뒤따라갈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다, 아직도.

그러니까 이제 부질없는 가정법은 그만.
J 말이 맞다.


조금, '매정'한 사람이었으면 싶은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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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9 19:23 2009/11/19 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