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 Hi도 Bye도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래서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안녕 안녕, 이렇게 두 번씩 되뇌일 때면 End와 And가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인지 구분할 수 없게 교묘히 꼬아진 새끼줄마냥 얽혀들어간 느낌이다.
안녕, 나와 만날 때까지 잘 지냈니, 나와 만나서 즐겁니.
안녕, 나와 헤어지지만 그래도 잘 지내, 나도 잘 지낼게.

2008을 떠나보낼 때도 썼지만, 2009를 떠나보내는 지금도, 여전히 나는 2009와 익숙해지지 못 했다. 그렇지만 06년 때 07년을 무지막지하게 기다렸던 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으로, 하지만 기다리는 정도로는 비슷하게 2010년이 기다려졌다. 새로운 decade라서? 돌아온 호랑이띠해라서?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좋다. 그냥 나에겐 하나의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할 뿐이다.

스물넷이라는 숫자가 나를 모두 다 표현해주는 것은 분명 아닐 텐데 그 숫자가 나는 왜 그리 불안하고 어색했나 모르겠다. 스물다섯이라고 하는 숫자 역시 나를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물다섯을 사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을 사는 듯, 나 역시 내 인생을 산다. 그럼에도 나는 왠지 이 '스물다섯'이란 숫자가 두근두근, 마음에 든다. 다시금 내 힘으로, 내 페이스로 달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 이건 단지 짝수보단 홀수를 편애하는 성향 때문일지도. 아닌가, 그러고 보니 스물 둘은 또 꽤 좋아했더랬지.


대학을 졸업하고 보낸 첫 해. 대학원 1년.
대학 때는 매년 그래도 '난 올해 이걸 했다'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있었다.

올해는...
떠나보낸 사람이 있었다.
내 애증의 역사의 두 축 중 하나가 먼 길을 떠났고, 나는 입 안에서 조용히 질문을 굴렸다.
꿈을 꾸었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좋아했던 <한여름밤의 꿈>. 현실에 발 딛고 다시금 앞을 보고 내 두 다리로 걸어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실험이 안 되서 힘들어했고, 실험을 안 해서 자괴감에 빠졌고, 영화와 책에 더욱더 빠져들었다.
실험실에 적응 아닌 적응을 했다.
- 지금으로선 그 적응이 왜곡된 방식으로 자리잡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써놓고 보니 부끄러운 한 해다.

나는 공부에 관해선 부모님 덕을 많이 보았고,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실험은 그걸로 안 된다는 걸 이제 알았다. 실험도 물론 brilliant한 사람이 더 잘 한다. 손맛이 있는 사람이 더 잘 하고. 하지만 그 사람들도 성실하게 노력하지 않고는 성과를 낼 수 없다. 나는 그리 brilliant하지도, 신의 손이지도 않으니, 결국 노력하고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이제는 그만 어렸을 적 치기어린 꿈에서 깨어날 때도 되었다. 십이지를 두 번 돌아왔으니. 청소년기는 이제 그만.

박사 학위를 손에 쥐고 나가려면, 해야 할 것들이 많다.
남의 돈으로 공부하면서 어영부영 있는 것만큼의 사치와 허영도 또 없다. 그러니까 내가 경멸하는 인간상이 되지 않으려면 걸어가는 수 밖에.


2010년, 스물 다섯의 나는 더 아름답고 강하고 당당한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일에 자신감을 갖고 성실하고 똑똑하게 해 내는 사람이 될 거다.

그래,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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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22:45 Trackback 0 Comment 2
2009년
트와일라잇(01.02)
쌍화점(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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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죽음의 방정식(7.19) : 독특한 연출과 서사 구조도 눈길을 끌었지만 배우 하나하나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특히 몇 일, 몇 일 말하면서 쫓아가는 그 걸음은... 하으.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하는 저우쉰도...ㅠ 아. 진짜. - 근데 경찰 그 사람 진짜 에릭 닮았어.
바더 마인호프(7.19) : 베스트 오브 베스트. 다큐같은 영화. 분명 변질되어 가는 부분이 있지만 그 동기만큼은 알겠어. 우리에게도 그게 필요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7.19) : ㅎㅎ 아, 진짜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만큼 또 공감하기도 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7.25)
차우(7.27) : 신정원 감독 천재
UP(7.30)
퀸 락 몬트리올(7.31)
해운대(8.1)
국가대표(8.1)
10억(8.5)
지.아이.조(8.5)
달콤한 인생(8.8)
아이스에이지3 (8.9)
퍼블릭 에너미(8.13)
플라스틱 시티(8.15)
썸머워즈(8.19)
디스트릭트 9(10.17)
바스터즈:거친 녀석들(11.2)
굿모닝 프레지던트(11.6)
씨크릿(11.23)
닌자어쌔신(12.2)
시간의 춤(12.5)
나는 행복합니다(12.5)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12.25)

77편.
리뷰는 쓰고 싶은데 못 쓴 것도 있고, 쓸 마음이 안 드는 것들도 있고.
연휴동안 하나씩 차근차근 쓸 것들은 쓰고, 아닌 것들은 넘기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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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12:25 Trackback 0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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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권. 여전히 90%가 소설. 으헝, 반성합니다.
내년에는 권수는 좀 줄이고, 다양하게 읽고,
대신에 논문을 좀 열심히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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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12:23 Trackback 0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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